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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사는세상2011/11/27 23:55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연함을 주시옵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고,
그리고 이 두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신학자 니버(reinhold niebuhr)의 기도란다.
죽기 전에 이런 지혜가, 용기가, 의연함이 나에게도 생길까..
매일매일 이렇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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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굴이간지러
그들이사는세상2011/09/11 16:14
추석이라고 긴장을 완전히 풀고, 몸도 마음도 고향에 있다.
고향에 다녀가는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집에 온다고 대단한 할 일이 있는게 아니라서,
몇년전부터 어머니를 따라 추석장을 보러 시장에  다니는게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이젠 왠만한 시골에도 농협연쇄점이 생겨서 내 고향 안동도 농협이 가장 큰 마트이자 시장이다.
가끔은 얼굴이 아삼삼하니 누구지? 싶은 사람도 만나고,
엄마랑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서울이랑 가격차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그 농협과  가까운 거리에 신 시장이 있다.
나 어릴적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구 시장이 늘 엄마손을 잡고 다니던 시장이었는데,
어머니 말씀으론 구 시장 상인들이 손님도 많고 거래도 활발하게 되니,
좋지 않은 상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구 시장은 상권이 많이 축소되고 지금의 신 시장이 그야말로 시장통, 북새통이 된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신 시장엔 바늘구멍도 허락치 않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장보러, 혹은 물건 구경하러 나온것 같았다.
어젠 느즈막히 다시 들르니 상인들이 열심히 전을 부치고 계신다.
보아하니 제사상에 올려지는 듯해 보이는 전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서울도 그렇지만 요즘은 지방도 많은 사람들이 제사상에 올려지는 전도, 꼬치 생선도 사서 쓰는 모양이다.
만드는 양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러 오실건지 짐작이 갈 정도다.

 시장 옆 도로는 직접 재배하신 채소며 과일을 팔려고 나오신 노인분들로 가득했고,
어머니는 다 똑같아 보이는 상추, 호박, 가지 등을 보고  또 보고 하시며 가격과 품질을 따져 보시더라.
그러던 차에 떡가게 앞에서 소쿠리에 담아진 인절미가 눈에 들어왔다.
쫄깃쫄깃해 보이는 것이 고소해 보이는 콩고물을 몸에 곱게 묻히구선 나 잡숴~ 하고 있었다.
가는 길을 멈춰서는 인절미에서 눈을 못 떼고 있으니 어머니가 먹을래? 하신다.
늦은 시간이라 조금만 먹자고 하시면서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신다.
순간 무슨 천원어치를 팔겠어? 생각하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떡 만들으시던 손으로 인절미 열개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주신다.
쫄깃하고 고소한 인절미가 한개 백원이라니...
검정비닐봉지를  받아든 손이 마냥 행복했다. ㅎㅎ
그리고 미쳐 사진으로 남길 사이도 없이 5개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가 다음날 아침에한개씩 드셨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남은 3개를 나 먹으라고 다시 주셨다.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은 인절미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포스팅을 하려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도 참...
괜시리 부끄럽다.
싸고 흔한 음식이지만 어쨌거나 맛있는거 혼자만 먹은것 같았다.
별 생각없이, 먹고 싶은거 맘껏 양껏 먹을 수 있는 내 고향집..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겠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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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굴이간지러
2011/08/24 22:50

요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바뀌고 있다.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구름도 몽실몽실 이쁘다.
너무 이뻐서 하늘에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다른게 눈에 들어오더라.
건물은 지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임대가 안되서 공사대금 지불을 못했다보다.
저 건물 짓느라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땀흘리고 겨울에 힘들게 추위를 버텼을텐데..
괜시리 슬퍼졌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슬프고, 청춘이 지나가는 것도 슬프다.
노력을 빛을 보지 못해 슬프고, 이래저래 의기소침한 나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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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굴이간지러
2011/08/19 00:38

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 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시였는데 순간의 위로로 다가왔다.
그래. 괜찮아. 다독이고 싶은 날
스스로 위로해도 용서받을 듯한 너그러움이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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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굴이간지러
Lovestory2011/08/13 14:59

어느 고등학교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 말미에 어떤 여학생이 내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이상과 현실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인가요?" 잠시 숙고하다가 나는 그 학생에게 말했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실이란 급류, 그러니까 모든 것을 휩쓸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압도적인 강물과 같은 것이지요. 여러분은 지금 이런 급류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럼 이상이란 무엇일까요? 그건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나무토막 같은 겁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 나무토막을 강바닥에 박고 버텨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급류의 힘이 너무 강해 질질 끌려가기 쉬울 겁니다. 그렇지만 강바닥에 박은 나무토막이 없다면, 우리는 급류의 힘에 저항할 수도 없을 겁니다."

-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추체로 사는 것의 어려움 중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철학자와 그 사상을 소개하는 그저그런 철학책이려니 할 수도 있다. 목록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될 만큼 상당한 양의 사상들이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미덕이라 하겠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진정 밀려오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을 접하면서 내 무지와 한계를 새삼 인정하게 되더라. 읽으면 읽을수록 겸허해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으로, 선인들의 지혜를 가슴에 새겨보았다.
이 책으로 대단한 위안을 얻을 순 없다. 하지만 막연했던 두려움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바뀌는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설명할 수 있는 두려움이라면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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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굴이간지러